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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하이 치료 1~3주차2026-01-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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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주말에 하이가 너무 기력이 없고 밥도 안먹고 계속 잠만자서

어디가 아픈가 생각하는중에 남집이 하이 등에서 뼈가 너무 잘 느껴진다며 몸무게를 재봤다.

한달전에 눈곱껴서 병원 간 후로 다시 재보니 3kg>2.4kg으로 빠져있었다.

그때부터 심각성을 느끼고 월요일에 당장 병원가야겠다고 급하게 둘다 반차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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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동네병원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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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만 해도 하이가 병원을 너무 잘 돌아다니길래 단순 감기정도려나 하고 귀여워서 사진찍고 있었다.

그동안 한번도 아팠던 적이 없었고, 아픈 고양이들 많이 봐왔어도 설마 우리 하이가 아프겠어? 하는 어이없는 근자감으로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피검사 결과에서 복막염(FIP)이 의심되는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근래의 염증수치 평균값은 정상이지만 A/G비율이 0,4, 40도가 넘어가는 고열로 급성염증수치 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주셔서 당장 해달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순간부터 심장이 벌렁거려서 남집이랑 대기실에서 미친듯이 복막염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다.


고양이 복막염은 국내에선 진단도 어렵고, 약 5년전까지만해도 치사율 100%에 해당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문구를 봤다.

눈물밖에 안났다. 우리 하이가 왜? 아직 어리고 밥도 와구와구 잘먹고, 사고 한번 안치는 착한 우리 하이가 이런 몹쓸병에?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검사결과가 잘못된거길, 아님 차라리 단순 염증으로 항생제 정도만 먹으면 뚝딱 낫는 병이길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추가 검사가 끝나고 의사선생님이 우리를 부르며 다행이라는 말을 하길래 역시 결과가 잘못 나온거지 싶어서 3초간 안도했다.

근데 그 말의 뜻은 이것저것 더 해볼것도 없이 복막염 확진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와서 시간낭비, 돈낭비 할 필요없이 2차병원으로 전원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주어진 상황이 믿기지가 않아 귓속이 윙윙 거렸다.

남집이랑 같이 가서 다행인거지 나 혼자였으면 진짜 기절할 것 같았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전원할 2차병원 지도 주시길래 당장 하이 데리고 나와서 차에 태우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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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하이 검사결과 - 66일차인 지금은 거의 모든 수치가 정상화 됐음. 4~9주차 치료일기에 또 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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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2차병원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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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한 병원에서 수의사 선생님께 하이를 맡기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너무너무 힘이 빠져서 남집이랑 둘이 멍하니 앉아있었다.

기다리면서 본 상황들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남자분이 큰 박스를 품에 안고, 여자분은 빈 케이지만 덜렁 들고 병원에서 나가더라.

그 박스 옆면에는 **장례식장이라고 적혀있었다.

남집이랑 눈이 마주쳤을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아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무덤덤하게 안고 가는 그 박스와 케이지를 보며 얼마나 많은 슬픔이 담겨있을지 가늠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또 기도했다. 종교는 없지만 어디라도 기도해야 이 마음을 진정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1시간쯤 기다렸을 때, 하이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우리를 불렀다.

초음파 검사 결과 림프가 상당히 커져있다고, 복수나 흉수는 없는 전형적인 '건식FIP' 양상이라고 했다.

자세한건 세포를 체취해서 PCR을 진행해봐야 알겠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3~5일 정도 소요되는데

이 PCR 검사결과의 정확도는 70% 미만이라 우선 검사는 하되, 차라리 빠르게 주사 치료를 실시해서 경과를 보며 복막염 역진단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현재 하이가 41도의 고열이 있어 이대로 집에 가면 당장 쇼크사 등의 위험이 있다고

수액치료를 하며 하루 정도는 입원을 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입원실에서 하이 면회를 하며 나랑 동이는 또 오열했다.

그 작은 다리에 자기 몸보다 큰 수액제를 꼽고 있는 장면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 당일에는 정신이 없어서 큰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어마무시한 병원비다.

1차병원에서 25만원, 2차에서 95만원

하루만에 120만원을 썼다.. 그래 하이만 건강해질 수 있다면 당분간 손가락이 아니라 발가락이라도 빨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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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 자가주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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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자가 주사를 시작했다.

첫날에 하이 주사를 혼자 투여한 남집은 속이 울렁거린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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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지가 입원을 해버렸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새벽 내내 토하고 아파서 뒹굴더니 입원해버렸다.

남집 입원기간동안은 혼자 하이 주사를 놔야하는데 눈앞이 깜깜했다.

진짜 많이 아픈 주사라 하이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기 때문이다.

남집 없는 4일은 진짜 지옥이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는 함께 있을 때 강해지는게 맞는 것 같다.

퇴원하고 온 남집이랑 같이 주사 놔줄 땐 무서울 게 없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 시점(66일차)엔 주사 시간이 3분도 안걸린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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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약물로 등짝이 염증밭이 됐었다. 그치만 이것도 66일차인 현 시점에선 아주 깨끗해졌다는거^^!)


GS 주사제는 한국에서 공식 승인된 양물이 아니라서 다른 루트로 구매해야 한다.

다행히 고양이 복막염 관련 오픈채팅방을 찾아서 너무 너무 감사하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는거 하나 없이 덜컥 겁만 먹은 나에게 이 오픈채팅은 신과 같은 존재였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서 집사님들이 해주신 말들이 나를 더 단단해지게 만들어줬다.

"하이 세상에는 집사님밖에 없어요. 집사님만이 하이를 살릴 수 있는거에요"

맞아.. 우리 하이 세상에는 나랑 남집이 전부일텐데.. 우리가 정신을 못차리면 하이는 세상을 잃는거다.


* 참고로 하이는 건식 복막염 진단을 받아서 주사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실시간 체중 x 10(투여요구량) ÷ 20mg(권장약함량) + 0.04(주사기에 남는 로스분) 

그래서 그때 당시는 2.4x10÷20+0.04=1.24였고

66일차인 현재는 2.9kg이라 1.5ml씩 투여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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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처음 하이가 아프단 소리를 들었을 땐 참 눈물만 났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의연해졌다.

근데 아직까지도 잠결에 하이가 눈에 안보이면 불안해서 거실이고 옷방이고 찾으러 나가긴한다.

남집은 내가 너무 예민한거라고 하지만, 나는 이 예민함이 하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 복막염은 예전처럼 살릴 수 없는 병이 아니다.

원인도, 치료법도 찾지 못해 떠나간 아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 하이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했고, 치료 경과 역시 굉장히 좋다.


나는 하이가 84일의 독한 주사 치료를 이겨내고 굳건히 완치 판정을 받을 거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남길 하이의 치료일지가 또 다른 복막염 환묘 집사에게 닿을 수 있기를..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내새끼 하이야

비록 풍족하고 고급스럽게 키울 수 있는 엄마 아빠는 아니지만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줄테니 건강하기만 하자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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