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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데본렉스 루루 FIP 투병일기-1. 복막염 발병2025-04-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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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연말...

우연히 아내와 저녁식사를 하고 고양이 분양샵 앞을 걸어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한 해 전 떠나보낸 러시안 블루 애드의 얼굴과 행동을 꼭 닮은 아이가 있었다.

다만 아이의 털이 강아지 털처럼 곱슬 거렸다.

아내와 나는 말없이 한참을 바라보다 돌아왔다.

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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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거리는 털을 가진 아이는 결국 우리 식구가 되었다.

 

루루는 그렇게 우리 집에 왔다.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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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안겨있는 것을 좋아하고 밥도 잘 먹었다.

아무런 뜻이 없이 해맑은 작은 고양이는 우리에게 활력이 되었다.

우리 세 가족은 행복했다.

집에는 일주일 사이에 고양이 용품이 가득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25/01/23

1차 예방접종을 했다



25/01/28

가장 끔찍했던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길고 긴 구정 연휴의 아침. 아내는 휴일 출근을 하고 나와 루루는 아침인사를 나누었다.

루루 아침밥을 챙겨주고 방에서 평화롭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켁! 소리와 함께 비명 같은 소리가 들렸다.

뛰쳐나와보니 아이는 입에 거품을 물고 헐떡거리다 이내 숨을 쉬지 않았다.

꽉 닫힌 입을 억지로 벌리고 입으로 토사물을 빨아냈다.

이동장에 아이를 챙기고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병원으로 가는 길 몸이 축 처지는 아이를 보며 첫째 애드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길가에 차를 버려두고 병원으로 뛰어올라가 아이를 건넸다.


다행히 아이의 호흡은 돌아왔지만,

 발작의 원인을 알 수 없었고 약간의 복수와 혈액검사 내용은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대답만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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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는 원인을 알 수 없지만...여러자기 정황상 복막염 초기 증상 일 수도 있으니 약을 먼저 구해보라는 의사선생님의 조언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병치레한번 없이 떠나갔던 첫째가 유일한 고양이였던 내가 알고 있던 복막염에 대한 지식은 단 하나뿐이었다.

"치사율 100%."

집에 돌아오니 아이의 상태는 빠르게 나빠지고 있었다.

눈이 안 보이는 것처럼 여기저기 부딪히고 다니고 벽에 몸을 기대고 온 집을 뱅글뱅글 돌아다니는 서클링도 시작되었다. 

혼자 걷다 지쳐 쓰러져 잠들고 다시 걷고를 반복하였다.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이대로는 하루도 못 버틸 거 같았다.




어떻게든,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에 인터넷에서 복막염에 대한 정보를 찾고 카페에 가입을 하고 오픈채팅에 초대받았다.

정보를 얻으면서 약간의 희망이 생겼고,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복막염 도움단의 상담을 받았다.


문라이트 양도해 주시는 분과 연락이 닿았다.

급한 대로 밤 9시 즈음2병을 양도받으러 의정부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켁! 하는 소리와 오전에 들었던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경련이 다시 되었다.

아내와 난 아이를 들고 근교의 2차동물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경련을 할 때마다 뇌에 대미지가 쌓이고 염증수치와 암모니아 수치가 너무 높아 입원과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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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해도 뛰어놀던 아이를 하루아침에 병원에 두고 우리부부는 집으로 돌아왔다.


고작 1.2kg짜리 고양이가 2주일 남짓 살다간 집은 그새 차갑고 쓸쓸했다.


우리는 살리기로, 노력해 보기로 결정했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길고 끔찍한 하루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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