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병치레한번 없이 떠나갔던 첫째가 유일한 고양이였던 내가 알고 있던 복막염에 대한 지식은 단 하나뿐이었다.
"치사율 100%."
집에 돌아오니 아이의 상태는 빠르게 나빠지고 있었다.
눈이 안 보이는 것처럼 여기저기 부딪히고 다니고 벽에 몸을 기대고 온 집을 뱅글뱅글 돌아다니는 서클링도 시작되었다.
혼자 걷다 지쳐 쓰러져 잠들고 다시 걷고를 반복하였다.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이대로는 하루도 못 버틸 거 같았다.
어떻게든,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에 인터넷에서 복막염에 대한 정보를 찾고 카페에 가입을 하고 오픈채팅에 초대받았다.
정보를 얻으면서 약간의 희망이 생겼고,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복막염 도움단의 상담을 받았다.
문라이트 양도해 주시는 분과 연락이 닿았다.
급한 대로 밤 9시 즈음2병을 양도받으러 의정부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켁! 하는 소리와 오전에 들었던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경련이 다시 되었다.
아내와 난 아이를 들고 근교의 2차동물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경련을 할 때마다 뇌에 대미지가 쌓이고 염증수치와 암모니아 수치가 너무 높아 입원과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뛰어놀던 아이를 하루아침에 병원에 두고 우리부부는 집으로 돌아왔다.
고작 1.2kg짜리 고양이가 2주일 남짓 살다간 집은 그새 차갑고 쓸쓸했다.
우리는 살리기로, 노력해 보기로 결정했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길고 끔찍한 하루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