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데려오고 싶었고,
펫샵은 싫었고, 남편은 첫째와 같은 먼치킨을 원했다.
몇 달 동안 유기묘 보호소와 고양이 카페를 전전하던 중, 모카를 만났다.
이미 두 번의 이별을 겪은 아이였다.
뒷다리에 힘이 없지만 계단을 오르거나 점프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보호자분이 개인 사정으로 입양 날짜를 갑자기 바꾸는가 하면,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듯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동장도 없이 수건에 둘둘 말린 채로 모카를 내어주셨다.
‘전 보호자님께 많은 사랑을 못 받았겠구나’ 싶어 얼른 데리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살펴보니, 생각보다 다리 상태가 심각했다.
자주 가는 병원에 전화해 보니, 그 병원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고
2차 병원을 가야 한다고 했다.
다음 날, 바로 분당에 있는 2차 병원으로 향했다.
엑스레이를 포함한 여러 검사를 했고, 수의사 선생님은 복막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하셨다.
카페나 오픈채팅방에서 약을 구해 오면 주사는 놔주시겠다고 했다. 일단 다시 모카를 집으로 데려와 복막염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다.
그 사이 모카는 걷기는커녕, 배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엔 고양이 카페를 통해 알게 된 방식으로 주사를 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다른 호전은 없었다.

카페만 믿기 어려워 오픈채팅방을 찾아 들어갔다. 그곳의 ‘왕관님들’이 정식 가이드라인을 알려주셨고,
모카의 상태는 조금 좋아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모카는 뒷다리를 아예 쓰지 못했고, 배변도 여전히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
기저귀도 착용시켜봤지만 걷는 데 방해가 될까 봐,
싸는 족족 바로바로 치워주었다.
반강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도 시켰다.
다행히 수속성이 강한 고양이라 목욕에는 비교적 순했다.

주사 용량은 일주일 단위로 점차 늘려갔고,
약은 이틀에 한 번꼴로 바닥이 났다.
4주 차에는 혈액검사를 받으러 다시 병원을 찾았다.
알부민 수치가 더 떨어졌다...
결국 투여 용량을 25까지 늘린 끝에, 복합제를 시작하게 됐다.

복합제는 알약 형태여서 먹이기가 한결 수월했다.
아침 6시 30분, 저녁 6시 30분
하루 두 번 약을 먹이기 시작했다.
모카는 아주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호전되기 시작했다.
아직 배변은 잘 못 가리지만, 다리 힘이 많이 붙었다.

습식 사료만 고집하던 아이가 건식 사료도 잘 먹기 시작했다.
가끔은 점프를 시도하기도 하고, 뛰어보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복합제 투여 84일이 지났다.
지금 모카는 잘 뛰지는 못하지만
가끔 순간이동(?)도 하고, 앞구르기도 하며,
밥도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는 고양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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